신발 끈 매 드릴께요?

아빠! 힘드시죠?

운동이 보약이래요.

신발 끈 매 드릴께요. 오늘도 화이팅!

 

 

 

요즘 누구든지 건강에 관심이 많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 힘든 현대인은 생활 속에서 건강을 챙길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국민생활체육회는 스포츠 7330’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 30+ 운동’, 즉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하자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주간동아의 최영철 기자는 105kg에 이르던 자신의 몸무게를 7주 만에 88kg으로 17kg을 줄였다는 기사를 썼다. 특별히 어떤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걸어서 출퇴근하고, 취재하러 갈 때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더니 나타난 변화라고 했다. 새해 들어 최 기자와 우연히 마주친 김에 물었더니 22kg을 뺐다고 한다. 그 기사가 나간 후 엄청나게 많은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이젠 그 많은 사람의 관심 때문에라도 살 빼기를 멈출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최 기자는 바로 국민생활체육회가 벌이는 캠페인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생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 단체다. 그래서 아빠, 운동화 신고 출근해요~!”라는 스포츠 7330’ 캠페인 광고도 국민생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한다. 운동화 한 켤레와 배드민턴 채가 마루에 놓여 있다. 그리고 고사리손이 운동화 끈을 매고 있다.

 

위에 인용해 놓은 글귀는 바로 이 광고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중 신발 끈 매 드릴께요. 오늘도 화이팅!’이라는 부분은 그 아래 선명하게 찍힌 문화체육관광부라는 일곱 글자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에 국립 국어원을 두고 있는 중앙 부처이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어미는 ‘-을게이다. 어간이 모음 또는 받침으로 끝나면 ‘-ㄹ게가 붙는다.내가 먹을게(+을게)’, ‘내가 운전할게(운전하+ㄹ게)’, ‘액자는 내가 걸게(+ㄹ게)’처럼 쓴다. ‘받침으로 끝나는 동사는 어간에 모음으로 된 어미가 붙으면 받침이 탈락되므로 +을게가 아니라 이 탈락한 뒤에 다시 ‘-ㄹ게가 붙는다.

 

신발끈 매 드릴께요드리다의 어간 드리‘-ㄹ게가 붙은 뒤 높임을 뜻하는 조사 가 붙는 것이다. ‘드릴게요라고 써야 한다는 얘기다.

 

‘-ㄹ께로 잘못 적는 것은 발음을 그대로 적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말에서 관형사형 어미 ‘-()’ 뒤의 첫소리가 , , , , 이거나, 하나의 어미라도 ‘-()’에 이어지는 예사소리는 된소리로 바뀌기 때문이다. ‘할 것을[할꺼슬]’, ‘갈 데가[갈떼가]’, ‘할 바를[할빠를]’, ‘할 수는[할쑤는]’, ‘할 적에[할쩌게]’, ‘갈 곳[]’, ‘할 도리[할또리]’, ‘만날 사람[만날싸람]’(이상 관형사형 어미), ‘할걸[할껄]’, ‘할밖에[할바께]’, ‘할세라[할쎄라]’, ‘할수록[할쑤록]’, ‘할지라도[할찌라도]’, ‘할지언정[할찌언정]’, ‘할진대[할찐대]’(이상 어미)처럼 소리 난다. 그러니까 소리는 된소리로 나더라도 예사소리로 적어야 한다. 따라서 [드릴께요]로 소리 나더라도 드릴게요로 적는 것이다.

 

화이팅은 영어 ‘fighting’을 한글로 적은 것이다. ‘fighting’[fáitiŋ]으로 소리 난다. 그런데 [f]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으로 적어야 한다. ‘파이팅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국립 국어원과 동아일보가 함께 하는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에서는 파이팅아자로 다듬은 바 있다.

 

국립 국어원을 산하 기관으로 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런 간단한 것도 챙기지 않고 광고를 여러 매체에 싣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물론 이 광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니라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제작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라는 일곱 글자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는 이상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하루빨리 고치기 바란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스포츠 7330’으로 건강도 챙기시고…….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 도서]

 

2010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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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양념속’으로 담글 수 있을까?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이다.

아니나 다를까, ‘1등 이마트에서 어김없이 김장 대축제라고 광고를 했다.

광고 문구를 보니 어이없다.

 

 

땅끝마을 해남 황토에서 자란 절임배추와

25년 김치 명가 종가집 양념속으로

간편하게 담그는 환상의 김치!!’

 

 

첫 줄부터 보자. 뭐 틀린 낱말은 없다. 그런데 말이 안 된다. ‘절임배추가 어떻게 황토에서 자랄 수 있느냔 얘기다. 이거야 깜빡 실수하기 좋은 예다. 문 닫고 들어오라고도 하니까 그것도 모르느냐라는 얘기는 않겠다. ‘절임배추는 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이 정도 조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둘째 줄에 있다. ‘25년 김치 명가 종가집 양념속으로라는 표현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배경으로 실린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고서야 그 말뜻을 알아챘다. ‘절인 배추앞에 놓인, 군침이 돌게 하는 그것을 보고 말이다. 무를 채 쳐서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놓은 그것 말이다. 이마트는 그걸 양념속이라고 한 거다. 처음엔 셋째 줄의 담그는이란 말에 이끌려 양념 속에다 담가? ?’ 하고 생각했다. ‘절임배추를이 아니고 절임배추와이니 담글뭔가가 뭔지를 알아내려고 궁리했던 거다.

 

 

 

무를 채 쳐서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놓은 것양념속이 아니고 라고 한다. ‘통김치나 오이소박이김치 따위의 속에 넣는 여러 가지 고명을 뜻하는 말이다. ‘송편이나 만두 따위를 만들 때, 맛을 내기 위하여 익히기 전에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라고 한다. 그래서 김치에 넣는 것을 특별히 김칫소라고도 한다. ‘양념속이라는 말은 없다. ‘오이소박이라고 할 때의 가 바로 그 . 아무튼 김칫소김칫속이라고 틀리게 쓰는 것은 심심찮게 봤어도 양념속이라고 하는 건 처음 봤다.

 

종가집종갓집이라고 써야 한다. [종가찝/종갇찝]으로 소리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이마트에 뭐라 할 수 없다. 상표가 그러니 말이다. ‘종가집이란 상표를 쓰는 대상이란 회사가 잘못 한 것이니까. 독자들께서는 종갓집이 맞는다는 것을 알아 두시기 바란다.

 

황토에서 자란 절임배추와 종가집 양념속으로 담그는 김치가 아니라 황토에서 자란 배추를 절이고, 종갓집 김칫소를 넣어 담그는 김치라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광고에서 담구는’이담는을 쓰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흔히 담궈, 담구는처럼 쓰는 데 이는 담구다가 아니라 담그다가 표준어이므로 각각 담가, 담그는이라고 써야 한다. 담다는 물건을 그릇 따위에 넣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김치를 그릇에 넣는 것은 담아, 담는이라고 하지만 김치를 만드는 것은 담그다라고 해야 한다.

 

이마트는 김칫소를 꼭 기억해 두었다가 내년 김장철엔 제대로 쓰기 바란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 도서]

2010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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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신동엽 씨 ‘세리아이’ 그만하시오!

요즘 이른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KBS에서는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토요일마다 전파를 타는 이 프로그램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 가수들이 선배 가수들의 노래로 경연을 펼친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놀랍기까지 하다. 출연자뿐만 아니라 녹화장을 꽉 채운 관객들까지 감정이 이입된 듯 눈물을 보이기 일쑤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현장의 분위기를 화면으로도 느낄 수 있다. 챙겨 보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이 프로그램에 채널이 맞춰지면 끝까지 보는 때가 많다. ‘사회자 신동엽이 언제 저 말을 고칠까?’ 하고 생각한 뒤부터는 더 그렇다. 그런데 끝내 고쳐지지 않으니 이제 한마디하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자막과 신동엽의 입을 통해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낱말이 하나 있다. 관객과 시청자의 귀에 못이 박일 지경이다. 아마 이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나오는 낱말인 듯하다. 그 말을 얼마나 무분별하게 쓰는지 확인하려고 10 15일 방영된 김광석 특집 편을 살펴봤다.

 

첫 번째 무대부터 유난히 강한 오늘의 경합’(자막)

 

 

“홍경민 씨와 첫 번째 경합을 펼칠 두 번째 가수는…”(신동엽)

 

 

홍경민 군과 경합을 펼칠 세 번째 가수를 뽑도록 하겠습니다.”(신동엽)

홍경민과 경합을 펼칠 세 번째 가수?’(자막)

 

 

 

 

홍경민과 경합을 펼칠 네 번째 가수?’(자막)

 

 

 

 

승수의 의미가 무색한 오늘의 경합’(자막)

 

 

 

 

경민의 경합은 여기까지’(자막)

 

 

 

 

다섯 번째 무대를 꾸며 줄 가수분, 신용재 씨와 경합을 펼칠 분을 뽑도록 하겠습니다.”(신동엽)

신용재와 경합을 펼칠’(자막)

 

 

 

 

이제 강민경 씨와 경합을 펼칠 여섯 번째 가수를 선정하겠습니다.”(신동엽)

강민경과 경합을 펼칠’(자막)

 

 

 

 

불꽃같은 경합이 펼쳐집니다

 

 

 

이쯤 되면 도드라지게 표시하지 않았어도 어느 낱말이 문제인지 다들 알 테다.

 

사회자 신동엽도, 자막을 올리는 제작진도 경합이란 말을 참 즐겨 쓴다. 신동엽도 경합을 많이 말하지만, 제작진은 신동엽이나 다른 출연진이 경합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은 대목에서조차 자막에 경합이라며 한술 더 뜬다.

 

그런데 이 경합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KBS에서 이렇게 마구, 즐겨 쓸 만한 말이 아니다. 왜냐면 우리말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김민수 편 우리말 어원사전을 보자.

경합(競合) [] ▷ 겨룸. 견줌. [어원 () 競合(seriai). 변화 ()競合[seriai]> 경합]

 

다음은 국립국어원의 일본어투 용어 순화 자료집’.

경합[競合, せりあい] 겨룸, 견줌, 경쟁, 다툼

 

이처럼 경합 せりあい라는 일본어의 한자 競合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말을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에서 열두 번이나 말로, 자막으로 되풀이해 쓴다는 것은 문제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아마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게다. 하지만 다음번엔 고치기 바란다.

 

어떻게 고쳐야 할까? 제작진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신동엽이 홍경민 씨와 첫 번째 경합을 펼칠 두 번째 가수는…”이라고 한 대목에서 과연 홍경민과 겨루게 될 두 번째 가수는?’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바로 그렇게 말하고 쓰면 된다.

 

 

 

사실 경합은 여러 분야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선거와 관련해 후보들 사이의 득표 경쟁을 나타낼 때, 어떤 목표를 둘 이상이 서로 먼저 이루려고 다툴 때 이 말을 즐겨 쓴다. 심지어 축구 같은 운동 경기에서도 두 선수가 볼을 경합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쓰기도 한다. 모두 상황에 따라 경쟁하다’, ‘겨루다’, ‘다투다같은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마구 쓰이다 보니 불후의 명곡2’ 제작진이 무심결에 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젠 꼭 바로잡으리라 믿는다.

 

불후의 명곡2’ 제작진이 바른 말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확인할 수도 있었다.

 

출연자가 틀리게 말해도 자막에서는 바로잡은 것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출연자가 이쁜 김구라라고 말해도 자막엔 예쁜 김구라로 표준어를 내보냈다. 강민경이 너무 좋아하거든요.”라고 하자 정말 좋아한다는 민경이라고 어법에 맞게 바로잡았다. 또 남우현이 저희 어머님께서…”이라고 하자 저희 어머니께서…’라고 화법에 맞게 고쳐서 자막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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