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증권회사를 찾아 CMA계좌를 개설했다. 내가 작성한 서류를 담당 직원이 처리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다가와 친절을 베풀었다.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저에게 여쭤 보세요.” 참으로 어이없는 말이다.
그 직원은 손인 나를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만들었다. 손님이 왕이라는데, 왕 대접은 못 한다 해도 아랫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니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바로 ‘여쭤’라는 말 한마디가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여쭈다’는 ‘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다’를 뜻하는 말이다. ‘말하다’의 낮춤말인 셈이다. 그러니 그 직원은 “나에게 한 말씀 올려 보세요”라고 한 셈이다.
이 ‘여쭈다’는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께 여쭈어라’, ‘제가 한 말씀 여쭈겠습니다’, ‘교수님께 인사를 여쭸다’처럼 쓰는 말이다. ‘여쭙다’와 같은 말이다.
아무튼 그 직원은 ‘저에게 말해 보세요’라고 했으면 중간은 될 일이었다. 좀 더 높여 말하고 싶으면 ‘저에게 말씀하십시오’ 정도로 하면 아주 훌륭하다고 하겠다. 참고로 ‘말씀’은 상황에 따라 ‘낮춤말’도 되고, ‘높임말’도 된다. ‘선생님께 말씀드리다’, ‘한 말씀 해도 되겠습니까’처럼 ‘자신의 말’을 나타낼 때는 낮춤말이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한 말씀 해 주십시오’처럼 ‘상대방의 말’을 나타낼 때는 높임말인 것이다.
요즘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참 친절하다. 말도 무척 공손하게 한다. 그렇지만 높임말, 낮춤말을 잘못 쓰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손님을 높이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 하잘것없는 물건을 높여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 제품은 새로 나오신 건데 참 편리하게 만들어지셨어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손님을 기분 좋게 하려면 말도 제대로 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미소 띤 얼굴로 친절하게 대해도 말을 잘못 하면 손님은 오히려 언짢아진다. 서비스 교육, 우리말 예법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