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간’ 말고 ‘빨리’ 하라! (박범신 ‘은교’)

 

 

 

 

글쓰기 반면교사: 박범신 ‘은교’(2)

 

당뇨로 인한 갖가지 합병증은 물론 최종적으로 나를 찾아온 암종은 빠른 시간 안에 나의 전신을 장악했다.

 

이 문장의 ‘빠른 시간 안에’라는 표현은 참으로 어색하다. 박범신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빠른 시간 안에’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빠르다’가 시간과 관련해서 쓰이는 예는 ‘세월이 빠르다’, ‘회복이 빠르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같은 것이 있다. 예전엔 ‘이르다’와 ‘빠르다’를 엄격히 구별해 썼지만 요즘은 표준국어대사전도 ‘이르다’를 쓸 자리에 ‘빠르다’를 쓸 수 있도록 풀이해 놓고 있다. 물론 완전히 바꿔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시간’을 수식하는 관형어로서 ‘빠른’이 타당한지가 문제다. 이 문장에서 ‘빠른 시간 안에’라는 표현은 암종이 생기고 전신에 퍼지는 데 걸린 시간의 크기가 작다는 뜻이다. 이런 때는 ‘빠른’보다는 ‘짧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라는 표현도 생경하게 느껴진다. 이는 ‘안에’라는 표현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라고만 하면 좀 낫다.

이 문장의 ‘빠른 시간’보다는 ‘짧은 시간’이 낫지만 그냥 ‘빠르다’의 부사형인 ‘빠르게’를 써서 ‘암종은 빠르게 나의 전신을 장악했다’라고 하는 것이 가장 우리말다운 표현이지 싶다.

 

동작성이 있는 일부 명사를 수식할 때는 ‘빠른’이 적절하다. ‘빠른 해결’, ‘빠른 답변’, ‘빠른 출세’처럼 말이다. ‘동안’의 길이를 얘기할 때는 ‘짧은’이 적절하다. ‘짧은 시간’, ‘짧은 순간’, ‘짧은 생애’ 같은 것이 그렇다. 또 ‘기준 시점’보다 앞섬을 표현할 때는 ‘이른’이 적절하다. ‘이른 아침’, ‘이른 식사’처럼.

 

흔히 ‘이 문제는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겠다’처럼 표현할 때는 ‘빠른 시간 안에’ 대신 ‘하루빨리’, ‘한시바삐’, ‘되도록 빨리’, ‘될수록 빨리’라고 하면 자연스럽다.

 

‘구글 번역’에 ‘빠른 시간 안에’를 영어로 번역하도록 입력해 보라. 구글은 ‘in a short time’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in a short time’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도록 하면 ‘빠른 시간 안에’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라고 제시한다. 구글 번역도 이런데 한 수, 아니 몇 수쯤은 위여야 할 우리 글쟁이들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빠른 시간 안에’를 너무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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