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동지방에서는 ‘영 너머’란
말을 많이 쓴다. ‘영 너머’란 ‘영(嶺)의 저쪽’이란
뜻이다. ‘영 너머로 간다’, ‘영 너머에는 눈이 오더라’처럼 쓴다. 영동지방에서 영서지방으로 오려면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백두대간을 넘어야만 한다. 백두대간을 넘을 수 있는 고갯길이 바로 ‘영’인 것이다.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대관령 같은 영 말이다.
고성 사람은 진부령을, 속초 사람은 미시령을, 양양
사람은 한계령을, 강릉 사람은 대관령을 넘어 ‘영 너머’로 간다.
‘너머’는 ‘(높이나 경계를 나타내는 명사 다음에 쓰여) 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나타내는 명사다. 그러니까 ‘영 너머’는
영으로 가로막힌 저쪽이다. 그런데 이 ‘너머’와 ‘넘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넘어’는 동사 ‘넘다’의 활용형이다. ‘넘다’에 어미 ‘-어’가 붙은
것이다. 위치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동작을 나타내는 말인 것이다.
‘재 너머 사래 긴 밭’은
재로 가로막힌 저쪽에 있는 사래 긴 밭을 말한다. ‘산 넘어 산’은
산을 넘어가니 또 산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서 LG전자의 휘센 에어컨 광고를 한번 보자.
‘차이를 너머 차원이 다른 기술’

‘차이를’에서 ‘를’은 목적격 조사다. 목적어를
취하는 건 동사뿐이다. 따라서 동사 ‘넘다’의 활용형인 ‘넘어’를
써야 하는 것이다. ‘차이를 넘어 차별 없는 세상’이라는
장애인 단체의 구호처럼 ‘넘어’라고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너머’와 ‘넘어’를 구별하는 방법은 그 말이 명사로 쓰였는지, 동사로 쓰였는지를 알면 된다. 그조차 모르겠다면 조사 ‘에’, ‘로’, ‘를’ 같은 말을 붙여 보면 알 수 있다. 붙일 수 있다면 명사이니 ‘너머’로 쓰면 된다.
LG전자가 이 광고에서 ‘1등
바람’, ‘1등 에어컨’, ‘1등 실력’이라며 ‘1등’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말 실력은 많이 모자라는 듯하다. 우리말 실력에서도 1등이 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