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네가 기계냐, 물건이냐?

네가 기계냐, 물건이냐?

스펙이란 말을 보고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출처: 동아일보

 

요즘 취업문이 하도 좁다 보니 학력, 학점, 공인 외국어 성적, 자격증 따위를 어떡하든지 많이 쌓으려고 합니다. 기업에서야 조금이라도 더 자질 있는 사람을 고르려고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구직자로서는 자신이 자질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자격증을 따고 성적을 올리는 데 다걸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죠. 그래서 젊은이들이 이른바 스펙 쌓기를 합니다. 그런 걸 보면서 취직하기가 힘든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기계나 물건이라고 비하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스펙(spec)은 본디 영어 specification을 뭉텅 잘라 내서 쓴 것입니다. 그런데 그 specification이라는 것이 물건이나 기계 따위에나 쓰는 말이지 사람에게 쓰는 말은 아닙니다. 영한사전을 보면 명세서, 설명서, 설계서가 바로 specification입니다. 사람에게 쓸 말이 아니죠.

그래서 국립국어원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말터www.malteo.net)누리집에서 스펙을 어떻게 다듬을지 공모했습니다. 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에서는 642건의 응모작 가운데 공인자격을 다듬은 말로 선정했습니다.

이젠 스펙이란 어울리지 않는 말 대신 공인자격이란 말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젊은이들, 여러분은 존중 받아야 할 인격체입니다. 기계나 물건으로 비하할 이유도, 비하될 이유도 없습니다. 자존심 상하게 하는 표현은 스스로 삼가야 되지 않겠어요.

 

 

2011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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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의 건망증

 

 

 

2007 7월 행정자치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다. 당시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개정하면서 그 수정안에 대해 무엇을 왜 고쳤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 1972 8월 제정된 것이다. 그 맹세문은 이렇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짤막한 이 문장에 오류가 있었다. 그걸 바로 이 말글 돋보기에서 지적한 것이 10년 전인 20024월이었다(<국기에 대한 맹세 유감>).

그로부터 5년 후인 2007국기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국기에 대한 맹세헌법 또는 법률적 관점, 시대 상황의 변화라는 관점, 어문법적 관점에 따라 일부 수정하게 된다. 그때 나온 것이 바로 위의 보도자료다. 어문법적 관점이란 바로 기자가 2002년 지적한 내용을 이르는 것이다.

이 보도자료는 현행의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자랑스런자랑스러운을 줄여서 쓴 단어이나 원칙적으로 어문법에 맞지 아니하므로 자랑스러운으로 수정하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5년 전에 나온 보도자료를 새삼스럽게 다시 들먹이는 것은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각 신문에 실은 광고 문구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숨은 공로자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국민추천포상제를 실시하면서 국민 영웅을 추천해 달라며 자랑스런 이웃을 찾습니다라는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5년 전 국가 상징인 국기에 대한 법규의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자랑스런어문법에 맞지 아니하므로자랑스러운으로 고친다고 했던 바로 그 정부 부처가 자랑스런이란 어문법에 맞지 아니한표현을 대문짝만 하게 큰 글씨로 박은광고를 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5년 전엔 행정자치부고 지금은 행정안전부라서 생각이 달라진 건가. 아니면 건망증인가. 그도 아니면 우리말쯤은 대충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께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 유감>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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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마라”라고 하지 마라!

아프지 마라

나의 보물 1

동부금융의 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이 문구를 살피기 전에 다음과 같은 표현들부터 살펴보자.

아름답지 마라. 예쁘지 마라. 밉지 마라. 어렵지 마라. 쉽지 마라. 높지 마라. 낮지 마라. 덥지 마라. 춥지 마라. 밝지 마라. 어둡지 마라. 노랗지 마라. 푸르지 마라.

어딘가 어색하다.

뛰지 마라. 가지 마라. 달리지 마라. 다니지 마라. 먹지 마라. 마시지 마라. 자지 마라. 졸지 마라. 서지 마라. 앉지 마라. 내리지 마라. 타지 마라. 밀지 마라. 당기지 마라.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똑같은 -지 마라꼴인데 앞의 무리는 어색하고 뒤의 무리는 어색하지 않다. 왜 그럴까?

말다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지 않거나 그만두다라는 뜻이다. 말다-지 말다의 구성으로 쓰이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함을 나타낸다. 금하는 대상이 행동이라는 것이다. 행동을 나타내려면 동사여야 한다. 그런데 위에 나열한 아름답다, 예쁘다, 밉다, 어렵다, 쉽다……같은 말은 모두 형용사. 형용사는 행위가 아니라 상태를 나타낸다. 동작이나 행위를 못 하게 하는 것이지 상태를 못 하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프지 마라.

아프다는 동작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말일까? 누구라도 알겠지만 그렇지 않다. 상태를 나타내는 말, 다시 말해 형용사다. 따라서 동사에 붙는 -지 말다와 함께 쓸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

-으면 안 되다같은 표현이 있다. 아프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이다. -으면 안 되다는 동사와 형용사에 두루 쓸 수 있다. -지 않다를 이용해 아프지 않아야 한다처럼 쓸 수도 있겠다.

아프지 마라라는 표현에 대해선 2005년에 이 말글 돋보기에서 다룬 적이 있다. 당시엔 여의도의 한 초등학교에 세워진 커다란 비에 새겨 놓은 글귀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그걸 얘들아 다치지 말아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서 검색해 보았더니 여의도의 한 초등학교는 바로 여의도초등학교이다. 그 비석은 아직도 건재한 듯하다. 벌써 7년 전에 초등학생들이 그런 잘못된 표현을 배우면 안 되니 바위를 치우라고 부탁했는데도 말이다. 혹시 동부금융의 광고 문구를 쓴 사람이 그 학교를 나온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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