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기계냐, 물건이냐?
‘스펙’이란 말을 보고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요즘 취업문이 하도 좁다 보니 학력, 학점, 공인 외국어 성적, 자격증 따위를 어떡하든지 많이 쌓으려고 합니다. 기업에서야 조금이라도 더 자질 있는 사람을 고르려고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구직자로서는 자신이 자질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자격증을 따고 성적을 올리는 데 다걸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죠. 그래서 젊은이들이 이른바 ‘스펙 쌓기’를 합니다. 그런 걸 보면서 취직하기가 힘든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기계나 물건이라고 비하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스펙(spec)’은 본디 영어 ‘specification’을 뭉텅 잘라 내서 쓴 것입니다. 그런데 그 ‘specification’이라는 것이 물건이나 기계 따위에나 쓰는 말이지 사람에게 쓰는 말은 아닙니다. 영한사전을 보면 ‘명세서, 설명서, 설계서’가 바로 ‘specification’입니다. 사람에게 쓸 말이 아니죠.
그래서 국립국어원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말터∙www.malteo.net)’누리집에서 ‘스펙’을 어떻게 다듬을지 공모했습니다. 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에서는 642건의 응모작 가운데 ‘공인자격’을 다듬은 말로 선정했습니다.
이젠 ‘스펙’이란 어울리지 않는 말 대신 ‘공인자격’이란 말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젊은이들, 여러분은 존중 받아야 할 인격체입니다. 기계나 물건으로 비하할 이유도, 비하될 이유도 없습니다. 자존심 상하게 하는 표현은 스스로 삼가야 되지 않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