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안위’

 

아마 제목만 보고 이 글을 연 독자라면 대통령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싶은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 말기 바란다. 대통령의 신상에 무슨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단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안위라는 말을 보는 순간 모두가 걱정스러운생각이 드는 것이 지극히 정상일 테다. 안위라는 말이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거다. 그렇다고 대통령안위라는 말을 내세워 독자를 낚아 보려는 얄팍한 꼼수는 아니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안위의 뜻이 잘못된 듯이 보여 그걸 좀 말하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가 경제를 살리는데 있어 전제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국민의 안위가 무슨 뜻일까?

 

문맥으로 이해하자면 국민의 안녕, 국민의 안전쯤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안위는 그런 뜻이 아니다. 안위는 한자로 安危라고 쓴다. 편안할 안, 위태할 위이다. 안위는 바로 편안함과 위태함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 것이다.

 

신년사에서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이라고 한 것은 국민의 편안함과 위태함을 지키는이라는 뜻이 되고 만다. 국민의 편안함만 지키면 될 일이다. 위태함지킬가치가 없는 일 아니겠는가?

 

박 대통령이 안위란 말을 쓴 것은 이번 신년사에서뿐만이 아니다. 여러 차례 썼는데 상당수는 잘못 썼다. 예를 들자면 지난해 3월 대국민 담화문에서는 대통령 또한 그 책임과 의무가 국민의 안위를 위하는 것인데라고, 그달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사에서는 충정어린 마음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낸이라고, 10월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어깨위에 조국의 안위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각오로…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그리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안위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게 분명한 것 같다.

 

현 정권은 출범 시에 대변인이 박근혜 정부라고 띄어 쓰지 말고, ‘박근혜정부라고 붙여 써 줄 것을 언론에 요청한 바 있다. 사실 이건 박근혜 정부라고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고 박근혜정부라고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 거다. 어찌 됐든 이렇게 정권 이름의 띄어쓰기까지 신경을 쓰는 청와대인 만큼 우리말 바로 쓰기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동안 대통령 관련 기사에서 안위가 잘못 쓰인 예를 한두 번 접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고, 이번에 정확한 표현을 확인하려고 청와대 누리집에 실린 대통령 신년사 담화문 등을 대충 살펴보니 자신들이 언론에 요구했던 띄어쓰기조차 엉망이다.

 

예를 들어 앞에 인용한 신년사 문장 국가 경제를 살리는데 있어 전제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것입니다.에서도 살리는데살리는 데라고 해야 한다.

 

보조용언은 띄우는 게 원칙이지만 붙이는 게 허용된다. 하지만 붙이는 것이 허용된다고 해도 같은 문건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년사 등을 보면 같은 문건에서 같은 보조용언을 띄웠다 붙였다 제멋대로 해 놓은 것은 눈에 거슬린다.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이기에 더 그렇다.

 

위에 인용한 국군의 날 기념사 문장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어깨위에 조국의 안위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각오로에는 안위말고도 문제가 있는 표현이 또 있다. ‘안위미래어깨에 달려있다고 했는데 이는 어깨 위에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각오로처럼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청와대에도 국어기본법에서 각 기관에 두도록 규정한 국어책임관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청와대 국어책임관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각종 문건이 공개되기 전에 잘 다듬어야만 한다. 청와대에서 내놓는 문서는 그야말로 모든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며, 그 문서에 나오는 틀린 표현조차도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될 개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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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대첩? 애초에 ‘말’이 안 된다!

솔로대첩이 한동안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처음 솔로대첩이란 말을 어디선가 언뜻 보고 솔로들이 다른 어떤 사람들과 모종의 경기를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경기에서 솔로들이 일방적으로 이긴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솔로들이 이미 치른 경기에서 크게 이긴것으로 알았다는 얘기다.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솔로들이 한데 모여 맘에 드는 이성을 고르는, 말하자면 대규모 미팅이었다. 그런데 행사를 기획하면서부터 솔로대첩이라고 했다. 경기(?)치르기도 전이었는데 말이다. 누리소통망(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 행사를 처음 제안한 젊은이들이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들이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뜻도 모르고 대첩(大捷)이란 말을 쓴 것이다.

 

대첩크게 이김을 뜻하는 말이다. 대승(大勝)과 같은 말이다. 빠르다, 이기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한자다. 그래서 대첩크게 이김을 뜻하게 되는 거다. 우리 역사에서 대첩이라고 일컫는 전투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임진왜란 3대첩이라고 하는 행주대첩, 진주대첩, 한산대첩은 모두 조선군이 왜군에게 크게 이긴 전투다. 그 밖에도 살수대첩, 귀주대첩, 명량대첩, 옥포대첩 들이 있다. 모두 우리가 외적을 물리쳐 완전히 물러나게 만들거나 전세를 일거에 뒤집는 계기가 된 전투다.

 

그런데 이 대첩을 미팅에다 끌어다 쓰다니……. 미팅이라는 게 누가 누구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잖은가. 게다가 대첩결과를 나타내는 말인데 아직 하지도 않은 행사에 갖다 붙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흔히 대첩큰 싸움으로 알고 쓰는데 그건 잘못이다. 큰 싸움대전(大戰)이다. 세계대전이라고 할 때 쓰는 대전말이다. 대첩은 전투의 결과크게 이김, 큰 승리를 이뤘을 때 쓰는 말임을 알아 두기 바란다.

 

대첩대신 처녀총각 (짝짓기) 큰 잔치, (처녀총각) 짝 찾기 큰 잔치처럼 썼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더라는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듯한 게 이번 솔로대첩의 결과인 모양이다. 애초에 대첩이란 게 성립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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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고마운 이유

18대 대통령 선거일이던 19일 트위터에 올라왔다는 글 하나에 참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바로 64만 명이 넘는 팔로어따른다는박원순 서울시장이 선거에 참여하자고 독려하는 글이다. 선거 참여 독려가 아니라 그 글에 나오는 딱 하나의 낱말이 고마웠던 것이다.

 

박 시장은 트위터에서 서울시장 박원순입니다. 서울 투표율이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춥지 않습니다.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마~ 인증샷 보내 주시면 따름벗으로 답하겠습니다. RT로 서울 투표율을 올려 보아요라고 했다. 바로 이 글에 나오는 따름벗이란 말에 눈길이 갔다.

 

따름벗은 기자도 참여하고 있는 국립국어원 우리말다듬기위원회에서 올 2월 다듬은 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 격인 트위터팔로어팔로잉딸림벗따름벗으로 다듬은 것이다.

 

 
 
로어면?참조

 

우리말다듬기위원회는 범람하는 외국어 가운데 시급히 바꿔야겠다고 생각되는 몇몇을 선정하여 누리꾼들에게 순화어를 공모하고 그중 하나를 순화어로 고른다. 말다듬기위원회는 많은 누리꾼이 참여하여 다듬은 말이 널리 쓰이지 못한다는 점을 늘 고민해 왔다. 그래서 위원들은 광범한 누리소통망(소셜네트워크를 다듬은 말)이 있는 유명인들이 다듬은 말을 많이 써서 퍼뜨려 주면 좋겠다고 바라 왔다.

 

그런데 이날 박 시장이 팔로잉대신 따름벗이란 말을 썼으니 말다듬기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딸림벗, 따름벗이 많은 이들이 외국어나 외래어보다는 좋은 우리말, 다듬은 말을 많이 썼으면 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널리 쓰이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는 법이니까.

 

 

워킹푸어→근로빈곤층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말다듬기위원회는 이달 워킹푸어하우스푸어근로빈곤층내집빈곤층으로 다듬었다.

 

이 두 말 역시 여러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많이 쓰고 있다. 서민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박 시장도 많이 들었을 것이고, 많이 썼을 법한 말이다. 박 시장을 비롯한 많은 이가 이런 말도 적극적으로 써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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