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판매할 SLAM-ER 첫 공개

지난달 29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찰스에 있는 미국 보잉사 현지 공장에서 장거리공대지 공대함 미사일인 SLAM-ER 1호기 출고식이 열렸습니다.
그간 여러 차례 보도됐듯이 SLAM-ER은 통합정밀직격탄(JDAM)과 함께 올 10월부터 도입되는 공군 차세대전투기 F-15K에 장착될 핵심 전력 중 하나입니다. 특히 미국이 SLAM-ER을 해외에 판매한 경우는 한국이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수년 전 FX 사업에 참여했던 보잉사는 한국의 F-15K 구매 조건으로 SLAM-ER 판매를 제의한 바 있습니다.
SLAM-ER이 F-15K에 장착되면 한국 공군은 창군 이래 가장 강력한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만큼 SLAM-ER의 능력이 높게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길이 4.36m, 폭 2.18m인 이 미사일은 GPS와 적외선 영상장치를 장착해 최대 277km 떨어진 지상 또는 해상 목표물에 대해 수 m 오차로 정밀 타격이 가능합니다.(일부 자료에선 SLAM-ER의 오차가 3m로 나온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상공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전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지역의 건물 유리창까지 타격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현대의 공중전은 적의 레이더망이나 사정권에서 벗어나 가급적 먼 거리에서 적의 심장부를 타격하는 원거리 종심타격 능력이 핵심입니다.

SLAM-ER(Stand off Land Attack Missile Extended Range)의 ‘Stand off’는 적의 레이더망이나 사정권에서 벗어나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한국 공군은 최대 사거리가 100km인 팝아이 공대지 미사일을 100여발 보유하고 있지만 사정거리나 정확도 측면에서는 SLAM-ER이 한 세대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SLAM-ER의 모체는 미국이 1970년대 개발한 대표적인 대함미사일인 AGM-84 하푼(HARPOON)입니다. 미국은 대함 공격용으로 개발된 하푼을 개량해 대지 공격능력까지 갖춘 SLAM을 탄생시켰고 이어 SLAM의 사거리를 두 배 이상 늘려 SLAM-ER을 내놓았습니다.
사거리가 길어진 탓에 SLAM-ER은 SLAM보다 훨씬 큰 날개를 가졌고 티타늄 탄두를 장착해 적의 지휘부나 지하벙커 등의 목표물에 대한 관통력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국방부는 총 1125억원을 들여 총 45발의 SLAM-ER을 도입키로 결정했으며 추가 도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LAM-ER과 1000여발의 JDAM이 도입되면 유사시 최대 위협으로 평가되고 있는 후전선 지역에 집중배치된 북한군 장사정포는 물론 지휘부와 통신기지 등 핵심목표물에 대한 파괴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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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법개혁입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18일 공개된 군 사법제도 개혁입법안이 군 안팎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에게 군 사법제도 개혁은 생소하고 눈길을 끌지 못하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일선 지휘관들은 개혁입법안이 군의 근간인 지휘권을 심각히 훼손할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두 달전 윤광웅(尹光雄) 국방부장관 주재로 군단장급 이상 전 군 지휘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군 사법제도 개선토론회에서 강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개혁입법안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개혁 입법안의 특징은 한 마디로 사단장급 이상 일선 지휘관들이 군 수사 및 사법절차에 일체 관여할 수 없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보도됐듯이 개혁입법안의 핵심은 △군 검찰의 독립과 위상강화 △심판관 제도 및 지휘관의 형량감경권 폐지입니다.
군 검찰의 독립은 사단급 이상 일선 부대에서 운용중인 보통검찰부 94곳을 국방부 직속의 고등검찰단과 지역검찰단 5곳으로 통폐합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되면 군 검찰의 지휘 감독권은 일선 지휘관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물론 개혁법안에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군 검찰의 지휘는 각 군 총장에게 ‘일정 부분’ 이관한다고 했지만 실질적 결재권이 없는 의견개진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은 더 이상 일선 지휘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지휘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개혁입법안에 따르면 내부 승인만 거치면 독자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군내 각종 비리 수사과정에서 외압과 성역이 없는 수사는 물론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할관 확인조치권(형량감경권) 폐지에 대해서도 일선 지휘관들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간법원과 달리 군사법원은 재판관이 형을 선고한 뒤, 이를 부대 지휘관(사단장)에게 통보하면 부대 지휘관은 형량을 임의로 감형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군내에선 군의 특수성과 지휘권 확립을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개위는 그동안 일선 지휘관들이 형량감경권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행사해 공정한 처벌을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큰 만큼 이를 폐지한 것입니다.

또 개혁입법안에 따르면 현재 사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된 보통군사법원을 고등군사법원 및 5개 지역군사법원으로 통폐합되고 심판관 제도도 폐지됩니다.
심판관 제도란 보통군사법원의 재판관을 군 판사가 아닌 일반 장교가 맡게 되는 것을 말하는 데 이 역시 공정한 재판과정에 해당 지휘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결국 군 검찰 및 법원조직이 일선 지휘관의 지휘통제를 받다보니 각종 문제점이 발생한 것인 만큼 이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는 게 개혁입법안의 골자입니다.

일각에선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군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군 검찰의 비위나 잘못된 수사에 대해 내부 감시와 국방부 감사관실을 제외하곤 마땅히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 지휘관들은 군 검찰이 ‘권력집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군 검찰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군 검찰로부터 강력한 수사지휘를 받게 된 기무와 헌병 등 군 사법경찰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민간에선 경찰이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는 추세인데 군은 오히려 경찰의 수사권을 검찰에 예속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사개추위가 만장일치로 의결한 개혁입법안은 이제 국방부에서 군무회의 등 정책 심의과정을 거쳐 최종 입법안으로 확정된 뒤 국무회의로 넘어가게 됩니다.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친 개혁입법안은 9월경 다른 국방개혁법안과 함께 국회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지는데 방위사업청 법안 통과때처럼 정치권의 갈등이 재연될 소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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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전투기 연쇄 추락사고의 원인은?

13일 서남해상에서 발생한 F-4E와 F-5F 전투기 연쇄 추락사고의 원인과 관련, 공군은 일단 기체 결함은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공군에 따르면 사고 이후 전 항공기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저고도 경보장치도 없는 구 기종의 전투기를 타고 야간투시경(NVG)을 쓴 채 비행하던 조종사들이 비행착각(버티고·vertigo)을 일으키면서 발생한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선의 다수 조종사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구식 전투기의 NVG 훈련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공군에 따르면 전투기 조종사들의 NVG 훈련은 5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훈련은 야간 전투능력이 극히 제한된 F-4D/E나 F-5F 구 기종들의 공격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공군은 F-5E/F 200여대를 비롯해 F-4D/E 120여대를 보유중인데 이는 전체 공군 전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40여대의 F-4D는 1969년 미국에서 도입한 기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한국 공군만이 운용중인데 2010년까지 사용할 계획입니다.(미국은 1992년 F-4D를 모두 퇴역시켰습니다)

NVG 훈련의 목적은 야간에 해상이나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함정 및 AN-2기와 같은 전술용 수송기를 잡기 위한 것입니다.
야간 전투능력이 없는 구 기종의 전투기로 이런 임무를 수행하려면 통상 지상에서 조명탄을 다량 발사해 전투기 조종사들의 시야를 확보해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때 다대포로 침투한 북한 간첩선 사건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F-4D 2대의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밤새 수십 발의 조명탄이 온 바다를 환하게 비췄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조명탄을 사용하면 아군 전투기의 위치가 노출돼 역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NVG를 이용하면 전투기는 독자적으로 목표물을 식별해 공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NVG를 쓴 채 야간비행을 할 경우 낮보다 비행착각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NVG 훈련 대상이 편대장이나 교관급 베테랑 조종사들인 점도 그 만큼 이 훈련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행착각은 뇌우(thunder storm)와 함께 전투기 조종사들의 ‘공포의 대상’입니다.

지난달 6·25 특집기획으로 KF-16을 탑승한 기자는 비행착각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전투기 탑승에 앞서 받은 항공 생리훈련 중에도 비행착각 과목이 있습니다. 이 훈련은 캄캄한 조종석에 탑승해 기체가 회전할 때 고개를 좌우로 급격히 돌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때 탑승자는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됩니다. 불을 켠 뒤 계기판을 확인해보면 기체는 이미 뒤집혀있거나 한참 기울어진 상태로 실제 상황이라면 추락한 뒤라고 할 수 있죠.
또 실제 KF-16에 탑승한 뒤 기체가 회전할 때 바깥 풍경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도 같은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아무리 베테랑 조종사라고 해도 야간에 NVG를 쓰고 낡은 전투기를를 몰고 급기동을 하다보면 비행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한 조종사는 “NVG를 착용하면 가시각도가 좌우 40도에 불과해 일부 조종사들은 NVG 훈련을 받을 때마다 비행착각에 빠지기 직전의 위험 상황에 직면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일부에선 NVG 훈련이야말로 다른 나라 공군에선 전례가 없는 위험하고 무모한 훈련이라며 NVG 훈련의 ‘무용론(無用論)’을 펴기도 합니다.
이런 훈련을 계속 하다간 베테랑 조종사들의 소중한 생명을 또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요. 유일한 해결책은 야간전투 능력을 갖춘 첨단 전투기를 들여오는 것이죠.
현재 공군이 보유중인 KF-16이나 올해 10월부터 도입되는 F-15K와 같은 첨단 전투기에는 랜턴(LANTIRN:Low Altitude Navigation and Targeting Infrared for Night)) 포드라고 불리는 장비가 장착돼있습니다.
‘야간 저고도 항법 및 적외선 타격장치’로 해석되는 이 장치를 탑재하면 전투기 조종사들은 야간에도 NVG를 쓸 필요없이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저공으로 적의 진지에 침투할 수 있습니다. 랜턴 포드는 대당 가격이 수백만달러에 달합니다.

현재 공군 KF-16의 30% 정도가 랜턴 포드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또 예산문제로 결론이 내려지네요.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낡은 전투기로 무리한 훈련을 하다 베테랑 조종사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공군 수뇌부가 고민을 해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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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호크, 한국 판매 성사될까

동아일보는 12일자에서 한국 국방부가 미 국방부에 고고도(高高度) 첨단 무인정찰기(UAV) 인 글로벌호크(Global Hawk)의 판매를 공식 요청했다는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초 미국이 일본에 대해 글로벌호크의 판매를 승인했다는 외신을 접한 뒤 혹시나 해서 후속 취재를 하던 중 관련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대로 국방부는 지난달 중순경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2005년 한미안보연례협의회(SCM: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산하 안보협력위원회(SCC: Security Cooperation Committee)에서 글로벌호크의 판매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CM은 매년 연말경 한미 양국 국방장관을 비롯해 군 수뇌부와 실무자들이 만나 한미간 전반적인 군사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자리입니다. SCM은 한 해씩 번갈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열립니다.

SCM 아래에는 SCC를 비롯해 방산기술협력위(DTICC: Defense Technological & Industrial Cooperation Committee)와 군수협력위(LCC: Logistics Cooperation Committee) 등 3개의 분과위원회가 열립니다.
이 중 SCC와 DTICC의 한측 대표는 국방부의 획득실 고위관계자가 맡고 있는데 SCC를 통해 글로벌호크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미 측에 공식 통보한 것입니다.

당시 한국 측은 참여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방침에 따라 2008년부터 고고도 UAV인 글로벌호크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습니다.
실제로 올 5월 국방부가 발표한 2006~2010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국방부는 2008년 이후 4대의 고고도 UAV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미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취재 결과 글로벌호크의 한국 판매에 부정적인 입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로 한국이 북핵 문제를 포함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그리 협조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군사기술의 결집체인 첨단 전략무기를 판매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참여정부 들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반미 분위기에 대한 미 국방부 일각의 불만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둘째, 한국은 글로벌호크를 구입한 뒤 일정 부분의 개조를 통해 관련 기술을 획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0년도 중반까지 프레데터급의 중고도 UAV를 독자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한국으로선 글로벌호크의 기술을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미 측은 핵심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호크의 개조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글로벌호크의 첨단 정찰기술이 한국을 통해 북한이나 적성국가에 샐 경우 막대한 전략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 측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이 글로벌호크의 개조를 고집할 경우 미 의회나 정부의 판매 승인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미국은 한국의 고고도 UAV 보유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협력적 자주국방의 목표가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 확보인 만큼 한국이 이미 도입을 추진 중인 공중조기경보기(AWACS) 3대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미 측의 생각입니다.
글로벌호크의 전략적 능력을 감안할 때 한국에겐 필요 이상의 ‘사치품’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차라리 한국이 공격 기능까지 갖춘 중고도 UAV인 프레데터를 도입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미 측의 판단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호크의 정찰능력은 첩보위성 1기와 맞먹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가령 경기 오산이나 평택에서 발진할 경우 5000km 이상을 날아가 북한과 일본 전역은 물론 중국의 깊숙한 내륙지역까지 최대 36시간까지 중간급유없이 비행하며 각종 영상정보를 수집합니다.
또 24시간 만에 미국 일리노이 주 크기만 한 지역을 샅샅이 정찰할 수 있습니다. 일리노이 주의 면적은 15만8000㎢로 남한(9만9000㎢) 보다 훨씬 넓습니다. 글로벌호크는 20km 상공에서 땅 위의 농구공크기만한 물체까지 식별해 관련 정보를 전 세계 위성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상 송신소로 전달합니다.

이처럼 막강한 능력을 보유한 만큼 미 측은 글로벌호크를 해외 수출할 경우 미 정부나 의회로부터 별도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정치적, 군사적 이유를 들어 미국이 글로벌호크의 한국 판매를 수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일각에선 미국이 지난달 초 일본에 대해 글로벌호크의 판매를 승인했는데 반세기 동맹을 자랑하는 한국에 대해서 판매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서 올린 칼럼에서 글로벌호크의 대일(對日) 판매가 미일동맹의 수준을 말해주는 ‘바로미터’라는 한 군 관계자의 언급이 자꾸만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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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의 `퍼즐그림판`

34개월 된 막내아들이 요즘 즐겨하는 놀이 중 하나가 퍼즐 맞추기입니다.
아들은 혼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고사리 손으로 퍼즐 조각들을 요리조리 그림판에 맞춰갑니다. 한참을 씨름 끝에 전체 그림판이 완성되면 아들은 자신의 ‘역작’을 가족들에게 자랑한 뒤 다음 퍼즐에 도전합니다.

아들의 퍼즐 맞추기를 옆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숨 가쁘게 진행된 한미동맹의 변화와 한반도의 안보정세가 바로 이런 ‘퍼즐 그림판’이 아닐까.
제 각각의 모양으로 바닥에 흩어진 퍼즐 조각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맞춰가다보면 기막힐 만큼 맞아 들어갑니다.
2002년 초부터 국방부를 출입하면서 목격한 인계철선(trip wire) 개념 폐기, 주한미군의 감축 및 기지이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 작계 5029를 둘러싼 한미갈등, 괌 기지의 전력 증강 등 일련의 사안들을 ‘퍼즐 조각’에 비유해봅니다.
또 지금 이 시각에도 겉으론 별 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한반도 퍼즐판’에 큰 영향이 예상되는 퍼즐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관련 보도는 이런 퍼즐 조각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인 4년 국방전략 보고서(QDR)에서 윈윈전략(win-win strategy)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0년대 초 당시 딕 체니 국방장관과 콜린 파월 합참의장이 채택한 윈윈전략은 한국 등 아시아와 중동지역에서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발생하더라도 적절히 대응, 승리로 이끈다는 게 골자입니다.
윈윈전략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능력을 과시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전비와 지상병력이 필요한 윈윈전략의 실효성에 대해 다수 전문가들이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때문에 클린턴 행정부 당시 윈윈전략은 윈 홀드 윈(win-hold-win) 전략, 즉 한 개의 전장에 전력을 집중시켜 승리한 뒤 나머지 전장에 대처한다는 개념 변화가 모색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자존심 탓이었던지 미 국방부는 1997년 판 QDR을 통해 윈윈전략을 2010년까지 고수한다고 천명했습니다.
만약 윈윈전략의 폐기가 공식화된다면 ‘두개의 전쟁구역’ 중 하나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1순위’에서 ‘2순위’로 밀려남과 동시에 군사전략에도 큰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이 새 전쟁전략에서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해공군력을 증강할 것이라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주한미군의 감축과 전력 재편도 새 전쟁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소지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와 연계될 수 있는 ‘퍼즐 조각’들은 이미 우리가 목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08년까지 미 2사단 병력 1만2500명을 줄이는 한편 수년전부터 F-117 스텔스 폭격기 2개 대대를 한반도에 순환 배치하는 등 공군력을 대폭 강화해왔습니다.

또 다른 퍼즐조각은 바로 괌의 공군력 증강입니다. 미국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수년 내 B-2 폭격기 6대와 F-15E 전폭기 46대, 공중급유기, 첨단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등울 배치, 범지구적 타격기동대(Global Strike Task Force)를 운용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의 잠재적 분쟁지역을 대상으로 유사시 정찰과 타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막강한 공중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일본에 대해 글로벌호크의 판매를 승인한 것도 주목해야 할 ‘퍼즐 조각’ 중 하나입니다. 국내 언론에서 단신으로 보도됐지만 글로벌호크의 대일(對日) 판매는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일본은 2007년이 되면 일본은 세계에서 미국을 제외한 유일한 글로벌호크 보유국가가 됩니다. 첩보위성에 버금가는 정찰능력을 가진 글로벌호크를 갖게 되면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미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갖춘 4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한 일본에게 첨단 무인정찰기의 판매를 승인하는 미국의 의도를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군의 한 소식통은 “글로벌 호크의 판매야말로 미일관계 친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참여정부 들어 △협력적 자주국방, △대미 의존을 탈피해 세계 12위에 걸맞은 자위역량 구축, △미래 한미동맹 재조정 등으로 대표되는 한미관계는 앞으로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까요.
4살박이 아들의 퍼즐 맞추기를 지켜보다 이런 생각까지 미치는 걸 보니 또 다시 직업병이 도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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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장관 해임안 부결 이후

지난달 30일 해임건의안의 국회 부결로 윤광웅(尹光雄) 국방부장관은 일단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각종 사건 사고로 얼룩진 군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국방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이 먼저다” 등 그동안 윤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군내 논란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입니다.

그러나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과 북한군 병사의 최전방 철책 귀순사건과 관련한 해당 군 지휘관들의 징계 문제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1일 “국방장관으로서 책임의 막중함을 통감하고 있으며 조만간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내에선 이번 사건의 파장과 윤 장관의 발언 수위로 미뤄 해당 사단장은 물론 군단장까지 엄중한 지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최전방 GP 총기 난사사건과 북한군 병사의 철책선 귀순 사건은 모두 육군 6군단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6군단장인 송 모 중장(육사 29기)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전방 GP 총기사건이 발생한 육군 28사단의 사단장인 김 모 소장(3사8기), 북한군 철책선 귀순사건이 발생한 육군 5사단 박 모 소장(육사 31기) 등 두 지휘관도 지휘 책임과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28사단장의 경우 사건의 강도와 희생자 규모가 커 어떻게든 책임을 물어야 하고 5사단장의 경우 지난해 10월에 이어 또 다시 최전방 3중 철책선이 뚫려 경계에 실패한 지휘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이들을 전원 보직 해임시킬 것인지 아니면 견책이나 근신, 감봉 등 별도의 징계를 내리는 방식으로 마무리를 지을 것인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일각에선 보직해임과 징계를 함께 줘야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을 참작해야한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28사단장인 김 소장의 경우 부대에 전입을 지 불과 2개월여 밖에 되지 않아 이번 사건의 책임을 고스란히 지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입니다.
또 이번 사건이 비뚤어진 인성을 가진 한 병사의 일탈이 빚은 참극이고 해당 중대장과 대대장, 연대장 등 실무 지휘관들의 전원 보직해임된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사실상 국회에서 면책을 받은 윤 장관이 예하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경우 군내 사기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게 일부 군내 여론입니다.


하지만 다수 군 관계자들은 ‘책임질 지휘관들은 조속히 책임을 지는 게 군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비록 해당 지휘관들마다 말못할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국방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기 이전까지 단 한 사람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기강과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 조직의 지휘관들은 계급고하에 상관없이 책임져야 할 때 스스로를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와 육군은 관련 지휘관들에 대한 지휘 조치와 징계 여부, 문책 수위를 결정해 이번 주 초 청와대 보고를 거쳐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군 수뇌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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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16 탑승기 2

6월20일 오후 8시 서울을 출발한 지 2시간만에 중부전선의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 11시로 계획된 비행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려면 미리 내려오는 것이 좋겠다는 공군 측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역 조종사들도 비행 전날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비행단내 방문객 숙소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지만 긴장감 탓인지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어 한참을 뒤척인 끝에 눈을 붙일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8시. 조종복으로 갈아입고 비행단내 장교식당으로 가서 간단한 식사를 했습니다. 조종복에는 공군 측의 배려로 대위 계급장이 붙어있었는데 다른 조종사들이 낯선 제 얼굴에 관심을 보이다 제가 인사를 건낸 뒤 사정을 설명하자 이내 환한 미소로 격려해주었습니다.
한 조종사는 “G 테스트가 힘들지 않았냐. KF-16은 다른 전투기와는 다르다. 값진 경험이 될 것”고 말했습니다.

식사 후 곧바로 제가 속한 대대의 전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오전 브리핑이 진행됐습니다. 브리핑은 기상 상태와 비행 임무확인, 상급부대 전달사항 순으로 진행됐고 이후 다시 편대 단위로 구체적인 비행 일정과 훈련계획을 점검했습니다.
저도 함께 비행할 공승배 소령으로부터 구체적인 비행 계획을 통보받았습니다. 이날 비행은 오전 11시 기지를 이륙해 설악산 상공에 도착한 뒤 남하, 주왕산과 팔공산, 태백줄기를 훑어보고 낙동 공대지 사격장, 지리산과 독립기념관을 거쳐 기지로 귀환하는 1시간40분에 걸친 긴 일정이었습니다.
총 비행거리는 1200km로 한반도를 동서남북으로 종주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보통 전투기에 탑승한 지 1시간이 지나면 심한 멀미를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슬슬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특히 KF-16의 탁월한 기동성을 만끽하려면 저고도 편대공격을 꼭 경험해봐야 한다는 공군 관계자의 말에 우려가 더 커졌습니다.

이어 G 수트와 헬멧 등 각종 장구를 맞추고 출발 1시간 전. 긴장을 해소하려 찻잔을 든 저에게 공군 관계자가 비닐봉투와 지퍼백를 건넸습니다.
비행 중 심한 멀미로 인한 비상사태에 대비한 ‘장비’들이었는데 지퍼백의 경우 내부에 물기를 신속히 다량 흡수할 수 있는 충전재가 들어있었습니다. 지퍼백을 입에 맞춰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조종사들의 비행 중 ‘작은 볼일’에 쓰는 용구라는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주한미군이 보유한 U-2는 통상 한번 이륙하면 6시간 이상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데 조종사들이 아예 ‘기저귀‘와 같은 장구를 착용한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었습니다.

비행 40분전 전 공 소령과 함께 임무신고를 마친 뒤 모든 장비를 착용한 채 버스를 타고 격납고로 향했습니다. 격납고에서 첫 대면한 KF-16은 온 몸에 철갑을 두른 사나운 매를 보는 듯 했습니다.
훈련비행이어서 무장 없이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했지만 KF-16을 이곳저곳을 더듬는 제 손에는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이 밀려왔습니다.
비행 30분전. 기체 후방석에 탑승한 제 조종복의 G 수트와 산소마스크를 조종석과 연결시킨 뒤 헬멧까지 쓰자 조종석 캐노피가 서서히 내려왔습니다.
이어 공 소령이 시동을 걸자 굉음과 함께 조종석 앞 10여개의 계기판이 일제히 켜지면서 기체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상요원의 유도에 따라 서서히 활주로를 향해 기체가 이동하기 시작했고 헬멧속에 내장된 이어폰으로는 관제요원과 공 소령의 쉴 새 없는 교신이 이뤄졌습니다.

KS-16의 경우 UHF와 VHF 2가지 통신채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UHF는 지상관제요원과 교신을 위한 채널인 반면 VHF는 함께 비행하는 다른 전투기 조종사와의 전용 교신망입니다. 기체내 조종사끼리는 산소마스크에 장착된 인터폰으로 대화가 가능합니다.
이륙 10분전 지상요원들의 최종 기체 점검을 마친 뒤 드디어 출발선에 도착했습니다.
화창한 햇살아래 시원하게 뻗은 활주로가 눈에 가득 들어왔지만 심장은 이미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요동쳤습니다.
바로 옆 오충원 대위가 탑승한 1호기의 엔진이 불을 뿜으며 눈 깜작할 사이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한 뒤 30여초. “테이크 오프”라는 지상관제소의 이륙명령이 헬멧속 이어폰으로 들려오자마자 기체는 고막을 찢는 엔진음과 함께 최대 출력으로 활주로를 내달렸습니다.
뒤로 30정도 기울어진 조종석으로 몸 전체가 찰싹 달라붙었습니다. 창 밖으로 활주로의 전경이 휙휙 지나가더니 어느 새 사뿐히 하늘로 치솟은 기체는 급상승, 약 2500m 상공에 도달하자 서서히 균형을 잡은 뒤 기수를 설악산으로 돌렸습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시속 600km로 비행하는 기체 주위로 구름들이 산산이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봄직한 천상 세계가 펼쳐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KS-16에 탑승했다는 기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조종석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카메라와 캠코더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도 중요하지만 이를 받쳐줄 수 있는 확실한 그림을 잡는 게 이날 비행의 핵심목표였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많아서 좋은 그림을 잡기 힘들겠다”는 공 소령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설악산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구름은 더욱 많아졌습니다. 때문에 제대로 된 그림을 잡기 위해선 기체는 목적지 상공을 수차례 선회하며 1300m 상공까지 하강하기도 했습니다.
비행을 시작한지 40여분이 지나자 몸에 서서히 이상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심한 멀미가 엄습했고 이를 참느라 헬멧을 쓴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특히 보다 좋은 그림을 잡기 위해서 기체가 좌우로 급선회할 때 촬영을 하다보니 멀미는 더욱 심해졌고 결국 한동안 머리를 뒤로 기댄 채 촬영을 중단해야했습니다.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끙끙거리는 제가 걱정된 공 소령은 “100% 산소 호흡을 실시해보라”고 권했고 저는 조종석 옆 산소 공급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이후 멀미가 조금 가시는 듯싶어 다시 카메라를 들고 좌우 창밖을 촬영한 지 20여분 뒤 또 다시 구토감이 밀려와 이륙전 조종복 하의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비상봉투로 자꾸만 손이 갔습니다.
민항기의 경우 최소 1만m 이상의 상공에서 최대한 수평을 유지한 채 안락한 비행을 하지만 전투기는 2000~3000m에서 급기동을 하므로 안락감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그 파이트(dog fight)로 불리는 적기와 근접 전투를 벌이거나 지대공 미사일을 회피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동을 해야 하는데 이때 자기 몸무게의 9배 이상의 중력가속도를 견뎌내야 합니다.
물론 G수트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수 전문가들은 일부에선 미국이 개발 중인 F-22 랩터(RAPTER)가 마지막 유인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전투기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는데 인간은 9G 이상의 중력가속도를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론 엄청난 기동력을 가진 무인전투기(UCAV)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아직 비행이 30여분 이상 남았지만 증세가 가라앉지 않아 결국 예정됐던 저고도 편대공격 비행은 취소하기로 하고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습니다.
지리산 상공에 도착하자 저 멀리 천왕봉이 수줍은 듯 구름 속에 숨어있었고 노고단으로 향하는 등산길이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오 대위가 탑승한 1호기가 바싹 다가와 비행중인 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시속 500km 이상으로 비행하면서 근접한 KF-16의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은 정말 색다른 감흥이었습니다. 전투기는 임무에 따라 1m 이내로까지 편대비행을 실시하기 때문 가히 곡예비행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뒤 독립기념관 상공을 지나자 지상관제소로부터 착륙절차에 대한 교신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10분 뒤 착륙한다‘는 공 소령의 목소리를 듣고 심호흡을 여러 차례 하며 간신히 밀려오는 구토감을 참았습니다.

얼마 뒤 랜딩기어를 내린 기체는 사뿐히 활주로에 안착했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공군 관계자들은 무사 비행을 축하하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공 소령도 “첫 비행치곤 잘 견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드디어 해냈다”는 가슴벅찬 감동에 그토록 괴롭히던 멀미와 두통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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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최신예 KF-16 탑승기 1

최근 개인적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이미 기사를 통해서 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KF-16의 탑승 기회를 가진 것입니다.
물론 6·25 전쟁 55주년을 맞은 기획 거리를 고민하다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지만 KF-16 탑승은 오래전부터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개인적 숙제이기도 했습니다.
또 그 동안 카메라 기자나 방송앵커들이 KF-16을 탄 적은 있었지만 신문기자로선 처음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는데는 공군의 전폭적인 협조가 큰 힘이 됐습니다.
KF-16에 타기까지는 2주간에 걸쳐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6월 초 공군 측에 처음으로 KF-16을 타겠다고 제안했을때 몇몇 공군 관계자들은 “뜻이 가상하다”고 반기면서도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우선 민간인이 전투기에 탑승하려면 항공 생리훈련을 반드시 거쳐야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입니다. 또 F-4나 F-5보다 탁월한 기동성을 보유한 KF-16을 처음 타는 민간인으로서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도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오로지 KF-16에 탑승한다는 일념하에 그다지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주일 뒤인 6월16일 오전 10시 서울 국방부를 출발한 지 2시간을 달려 충북 청주의 공군사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에는 국내에선 단 한 곳뿐인 항공생리훈련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조종복을 입고 군화를 싣고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저와 동행한 추광호 대위는 아침도 거른 채 훈련에 들어가는 저를 걱정스럽게 지켜봤습니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행 특기를 선택한 공군 초급장교라면 2박3일에 걸쳐 여러 가지 훈련을 받아야하지만 일정을 감안해 하루만에 끝내기로 일정을 조절한 터였습니다.

먼저 비상탈출 훈련을 받았습니다. 비행 중 전투기가 고장나거나 적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상정해 조종석의 사출레버를 잡아당겨 탈출하는 훈련입니다.
보통 전투기의 조종석 밑에는 로켓추진체가 장착돼 비상시 사출 레버를 당기면 점화되면서 조종석이 엄청난 속도로 밖으로 튀어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모형 조종석 밑에는 공기의 압력을 이용한 추진력을 이용해 실전과 똑같은 비상탈출 훈련을 받게 됩니다. 교관의 설명을 듣고 헬멧을 쓴 뒤 안전벨트까지 채우고 노란색 리본모양의 사출 레버를 두손으로 가볍게 잡았습니다. 조종석 앞 모니터에 비친 내 얼굴에선 역력한 긴장감이 묻어났습니다.

“FIRE!”하는 교관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레버를 살짝 당긴 순간 ‘팡’하는 굉음과 함께 몸 전체가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0.2초의 순간이었지만 놀이공원의 고공낙하 놀이기구의 10배쯤 되는 압력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겉으론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 이동한 다음 훈련은 중력가속도 테스트. G 테스트라고 알려진 이 훈련은 항생 훈련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안하고 안전한 운행을 하는 민간 항공기와 달리 전투기는 고공에서 급격한 기동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지대공미사일의 추격을 받거나 근접한 적기와 도그 파이트(DOG FIGHT)를 할 경우 그 기동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때 조종사에게는 엄청난 중력가속도(G)가 걸리는데 이를 견뎌내기 위한 것이 G 테스트의 목적입니다. 전투기 탑승을 희망하는 민간인의 경우 맨 몸으로 자기 몸무게의 6배, 즉 6G의 중력가속도 상황에서 30초를 버텨야 합니다.
하지만 KF-16 조종사의 경우 G 수트를 착용하고 9G에서 10초를 버텨야 하므로 초인적인 체력이 요구됩니다.

G 테스트의 ‘악명’을 많이 들었던 터라 잔뜩 긴장해 있는 저에게 동행한 추 대위가 먼저 시범을 보이겠다고 나섰습니다. 모형 조종석에 앉은 추 대위의 훈련 모습은 바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추 대위는 F-5 전투기의 편대장답게 능숙한 솜씨로 30초를 견뎠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엄청난 G를 견디느라 힘든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G테스트를 통과하려면 L-1이라는 특수호흡법을 반드시 익혀야합니다.
모형 조종석이 고속으로 회전하면 몸 전체의 피가 하체로 몰리면서 뇌에 공급되는 혈액도 급감되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어버리는 G-LOC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G가 걸림과 동시에 최대한 폐를 팽창시켜 아랫배에 힘을 준 복식호흡으로 피를 머리로 밀어 올려줘야 정신을 잃지 않습니다.

추 대위의 시범에 이어 조종석에 앉았지만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문이 닫히자 밀폐돼 깜깜한 조종석 앞애 제 얼굴이 비치는 모니터와 녹색과 붉은 색의 작은 LED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윽고 마이크를 통해 훈련에 들어간다는 안내와 함께 조종석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수 초 뒤 “6G에 도달했습니다”라는 방송을 듣는 순간 붕붕하는 굉음과 함께 손가락 하나도 꼼짝할 수 없을만큼 온 몸이 굳어버리면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눈 앞이 순식간에 캄캄해지면서 고개를 떨궜고 누군가 내 몸을 사정없이 공중에서 내동댕이치는 듯 평형감각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이 때 충격으로 목은 물론 양 어깨의 근육이 일주일간 파스 신세를 졌습니다)

얼마 뒤 문이 열리면서 추 대위 등 관계자들의 부축으로 겨우 빠져나왔지만 심한 멀미와 구토감이 밀려왔습니다. 게다가 마치 탈수기에 들어갔다 나온 듯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져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결국 회복실 침대에 누웠지만 여전히 하늘은 빙빙 도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주위의 염려들 뒤로 하고 10여분뒤 재도전에 나섰습니다.
다시 6G에 도달한 순간, 다시 시야가 컴컴해지면서 의식을 잃으려던 찰라 최대한 L-1 호흡을 하려고 악을 쓰니 시야가 다시 밝아지면서 주위 사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니터로 본 제 얼굴은 도저히 인간의 얼굴이라고 할 수 없는 극한의 상태였습니다. 마지막 5초는 5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간신히 테스트를 통과하자 추 대위가 “잘 견뎠다”며 박수를 보내주었지만 이미 몸을 가눌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지만 아침을 굶었음에도 전혀 식욕이 나지 않았고 구토감만 밀려왔습니다. 함께 식사를 한 공군관계자들이 “고생했다. 하지만 KF-16을 타는 것은 다른 전투기를 타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오후 비행착각 훈련과 저압훈련에 들어갔습니다. 비행착각 훈련은 회전하는 모형 조종석이 좌우로 기울어질때마다 사람의 평형 감각이 어떻게 왜곡되는가를 실험하는 훈련입니다.
회전 속도가 느려 G테스트보다는 덜 힘들었지만 회전하는 모형 조종석에서 마이크의 지시에 따라 고개를 좌우로 돌릴때마다 역시 고난도의 멀미와 어지럼증이 밀려왔습니다.
민간인 탑승 과정의 경우 모형조종석의 기울어지는 각도가 좌우 20도 안팎이지만 KF-16 조종사들은 아예 360도를 회전하거나 위아래 직각으로 솟구치기까지 한다니 그들의 초인적인 능력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마지막 과정인 저압훈련은 앳된 얼굴을 한 30여명의 공군 초급장교들과 함께 받았습니다. 이들 중에는 수명의 여성 장교도 눈에 띄었습니다. 외부와 밀폐된 저압탱크속에서 실시된 이 훈련의 첫 단계는 30분간 100% 산소 호흡을 통해 체내 질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는 약 1200cc의 질소가 녹아있는데 1만m 이상의 고공상황에 노출될 경우 기포로 바뀌어 모세혈관을 막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질소를 제거하지 않은 채 고공훈련을 받 것은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어 100% 산소호흡을 통해 체내산소를 몸 밖으로 모두 배출시키는 것입니다.

그 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고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최대 1만3000m 상공 상황까지 도달했습니다. 탱크안에 매달아 둔 고무장갑과 고무풍선 등은 기압차이로 이미 4~5배이상 부풀었고 산소마스크의 산소 공급세기가 훨씬 세어지면서 다소 호흡이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고도가 상승하면서 체내의 가스가 트림과 방귀 등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훈련 직전 교관은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고 맘껏 배출하라고 당부한 터 였습니다.
만약 가스 배출을 참을 경우 심각한 복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압훈련을 끝내고 탱크를 열어보면 훈련생들이 배출한 각종 ‘향기’가 무척 강하다고 합니다.

약 8000m 상황에선 저산소증 상태를 체험했습니다. 약 30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산소가 점차 희박해져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8000m 상공 상황에서 산소마스크를 벗고서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순서였습니다.
통상 이 정도 고도에선 4~5분이 경과하면 의식을 잃게 됩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산소마스크를 벗은 뒤 나눠 준 종이에 구구단을 외워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약 4분 정도가 경과하자 두통과 함께 눈 앞이 가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있던 조교가 산소마스크를 급히 씌워줘 정신을 다시 차리고 종이를 보니 완전히 지렁이 기어가는 듯 글씨가 휘갈겨져있었습니다.

다른 훈련생들은 손발이 저리거나 떨기도 하고 고개가 푹 하고 앞으로 꼬꾸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편 제 옆에 앉은 여성 초급장교는 무려 8분이 넘도록 말짱한 정신으로 구구단을 외워써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모든 훈련 과정을 마친 뒤 오후 늦게서야 유효기간 3년의 항생훈련 수료증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KF-16을 탑승할 기회를 거머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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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부장관의 향후 거취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23일 군 당국이 사건 생존병사들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그간 제기됐던 다수의 의혹은 풀렸다는 게 중론입니다.
때문에 지금부터는 윤 장관의 향후 거취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것 같습니다. 다수 언론들은 일단 청와대가 윤 장관의 사의를 반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한나라당이 장관 해임결의안을 제출할 계획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만 해도 이번 사태의 파편이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윤 장관에게까지 튈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병영 사고 때마다 장관이 책임을 지면 누가 다음 장관을 하겠냐”며 ‘장관 문책론’을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또 3년 전 서해교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김동신 전 장관에 이어 또 다시 군 최고수장이 불명예퇴진 할 경우 군 전체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군 분위기 쇄신론과 정치권의 해임결의안 등 군 안팎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윤 장관은 결국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윤 장관의 사퇴 수리여부을 놓고 청와대의 고민은 깊기만 합니다. 우선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선배이자 국방개혁의 핵심책임자인 윤 장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대통령의 국방개혁 복안을 꿰뚫고 이해하는 윤 장관을 낙마시킬 경우 군 문민화, 방위사업청 개청, 군 사법제도 개혁 등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이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윤 장관은 군내 반발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오랜 숙원이던 군 개혁 작업을 원만히 추진해왔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입니다.
따라서 본 궤도에 오른 군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윤 장관의 역할이 여전히 막중하다는 게 청와대의 속내입니다.
게다가 윤 장관을 뒤를 이을 마땅한 ‘구원투수’를 찾기 힘들다는 현실이 청와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을 대비하는 군이라는 조직은 보수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수도권과 불과 50km 떨어진 거리에서 대규모 북한군 전력과 반세기를 대치중인 한국군은 보수 성향이 더욱 선명한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참여정부 출범이후 강도 높게 추진한 개혁 작업에 대해 군내에선 적잖은 반발 분위기가 감지되곤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추스르고 달래 군 개혁 작업을 완수하려면 군내 존경을 받으면서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에게 국방부를 맡겨야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로선 두 가지를 겸비한 인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사실 군의 주류라고 자처해온 인사들 중 다수는 오래전부터 현 정권의 개혁색채에 적잖은 반감을 피력해온터입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선뜻 국방부의 수장을 맡겠다고 나설 인사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지적입니다.
잇단 대형사건으로 비틀거리는 군을 추스르고 수많은 개혁작업을 마무리하려면 과거 어느때보다 많은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야당의 해임결의안 제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청와대가 윤 장관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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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P 사업, 이것이 문제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서 제작한 한국형 헬기의 기본 모형.

최근 동아일보가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의 한국형 헬기(KHP) 경제성 분석 결과를 단독 으로 보도한 이후 국방부가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KID의 경제성 분석 결과는 향후 KHP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가늠하는 기초 자료로 국방부 KHP 사업단은 KID의 검토결과를 토대로 연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이미 보도된대로 KID는 KHP 사업을 추진할 경우 총 4조7000억원 이상의 ‘유리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추정했습니다.
KHP 사업에는 개발비와 양산비 5조4678억원에 30년간 운영유지비를 포함해 총 9조1029억원대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전 산업분야에 걸쳐 약 13조8747억원의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국방부 KHP 사업단 관계자는 “KID의 경제성 검토결과에서 보듯이 KHP 사업은 충분히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업 공청회 등을 거쳐 예정대로 정부와 국회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이외에 제가 입수한 KID의 경제성 분석결과를 꼼꼼히 살펴보면 KHP를 마냥 ‘남는 장사’로 볼 수 없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향후 세계 헬기시장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KID 분석결과에도 세계적 항공 경영자문그룹인 TEARS 그룹의 향후 세계헬기시장 전망이 포함돼 있는데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KHP가 본격 양산되는 시점인 2010년대 중반이후 KHP 급 군용헬기 시장은 연간 70여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KHP사업단 측은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고 민간헬기까지 개발할 경우 해외수출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다수 항공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 3대 헬기제작업체인 벨, 시콜스키, 유로콥터 등이 발전 가능성이 희박한 헬기 사업을 통폐합하고 있고 기존 헬기의 업그레이드 이외에 새로운 헬기 시장수요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KHP를 개발하기보다 보다 싼 값으로 UH-60 등을 미국에서직도입한 뒤 최대한 기술 이전을 받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KHP 사업단측은 “한국도 150여대를 보유중인 UH-60은 구세대 헬기로 KHP와는 성능면에서 비교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KHP가 UH-60에 비해 수송능력이나 생존성면에서 월등히 앞선다는 게 KHP의 설명입니다. 또 다른 산업과 비교할 때 헬기 개발은 기술력 축적면에서 월등한 파급 효과가 예상되므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개발비도 넘어야 할 난관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KHP사업단은 2011년까지 KHP 개발에 총 1조3000억원을 투입된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통상 무기체계 개발, 특히 항공기 분야의 개발비는 시간이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되면 앞서 KID가 추정한 4조원대의 ‘유리한 차이’도 큰 폭으로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KHP 사업단은 KHP 사업에 ‘비용통제 기법’을 적용, 개발비 증가를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HP 사업단의 고민거리는 또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참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업체들의 잘못된 제보로 인해 사업 자체가 기우뚱 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현재 KHP 사업에는 120여개 국내 업체가 참여중인데 이 중 참여업체로 선정되는 수는 10~2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탓인지 KHP 사업단은 올해안에 사업을 착수하지 못할 경우 KHP 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라는 배수진을 치고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KHP 사업단의 이런 긴장된 모습은 한국형 다목적헬기(KMH)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를 모두 개발 및 양산한다는 ‘원대한 계획’이 2년에 걸친 논란끝에 올해초 기동형헬기만 개발하는 KHP 사업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국산헬기 개발 자체에 회의적인 여론이 팽배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KHP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이를 ‘잃어버린 2년’이라고 불렀습니다. 예산과 기술여건을 무시한 채 오로지 국산개발이라는 구호에만 매달릴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KHP 사업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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