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유연성, 과연 합의된 걸까

 

 최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습니다. 즉, 한국은 변화된 안보환경을 고려해 추진되는 미국의 군사전략을 이해하고 미국도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역분쟁에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것입니다. 보도 이후 다수 매체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를 수용했으며 앞으로 주한미군이 다른 분쟁지역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게 되면 한국은 주한미군이 개입할 각종 분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며 국회의결을 거치지 않은 이번 합의는 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미간 합의가 과연 ‘합의’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동맹의 핵심 요체인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따라서 전략적 유연성은 반세기 넘게 유지됐던 한미동맹을 일단락하고 앞으로의 한미관계를 규정하기 위한 핵심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 1년 넘게 한미 외교 당국이 많은 토론과 협의를 통해 나온 결론이 양측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선언뿐이이라면 사실상 양측의 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간단명료하고 확고합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분쟁뿐만 아니라 세계 어떤 분쟁지역이라도 주한미군을 ‘신속 기동군’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의 주력부대인 미 2사단은 이미 지난해 경량화되고 타격능력이 강화된 미래형 사단(UEx)으로 재편을 마쳤습니다.

 2008년까지 1만2500명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2만5000명의 병력과 각종 첨단무기를 갖춘 주한미군을 한국에 고정 주둔시키는 것은 ‘돈과 시간의 낭비’이자, 현재 미국이 추진중인 군사변혁과 군사전략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이해 정도는 구하겠지만 ‘사전허가’ 나 ‘승인’은 미 측으로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주한미군의 작전지휘권을 주한미군 사령관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전력 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개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공사졸업식에서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분명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발언은 사실상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가이드 라인’이었고 이에 따라 한미 간 집중적인 협의가 진행돼 온 것입니다.그런데 그 결과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라는 수준, 즉 서로의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는데 그쳤다면 1년간의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요. 

 양측은 올해 차관급 전략대화를 통해 후속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여러 정황들을 감안할 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다소 비관적일 수 있지만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에 최대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이 동맹인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양보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닙니다.

  냉정히 말하면 미국은 지금 한국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변화된 안보환경에 따라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동맹 관계를 정립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만약 앞으로도 한국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미국은 나름대로의 후속 계획을 실천에 옮길 것이며 이는 반세기 동맹관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지난해 군의 한 관계자가 언급한 내용이 자꾸만 떠오릅니다.“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을 비롯한 후속 대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로 인해 대북 억지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미국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은 일관되게 한국이 자국 방위에 더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정말 힘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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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전략적유연성, 과연 합의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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